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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트

침과 문장 사이

부드러운 톤의 실내 장면

장침 관련 책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화려한 문장보다 위치였습니다. 근육과 경혈, 집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사진을 겹쳤습니다. 한의대생이나 임상 초반의 동료가 손을 둘 자리를 헷갈리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. 안전과 효과는 결국 정확한 위치 감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거든요.

편집 과정에서는 문장을 덜어내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. 멋있는 표현보다,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지시가 남도록요. QR로 연결되는 동작 영상, 모델 사진 위의 해부 레이어, 짧은 주의사항. 책을 덮은 뒤에도 손이 기억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. 글이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, 임상 현장의 손이 되게 하는 것.

청소년을 위한 건강서를 쓸 때도 비슷했습니다. 용어를 줄이고, 몸이 보내는 신호를 스스로 읽도록 돕고 싶었습니다. ‘이곳이 아프다’는 감각을 무서워하지 않고, 생활 속에서 해석할 수 있는 언어로 건네는 일. 진료실 밖의 글은 진료실 안 설명을 더 오래 남기는 방법입니다. 보호자와 청소년 모두가 다시 펼쳐볼 수 있는 설명서이기도 하고요.

외국인 환자를 만나며 배운 것도 있습니다. 효과는 국경을 넘을 수 있어도, 안심이 되는 설명에는 언어가 필요합니다. 같은 치료라도 기대치와 감각의 표현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. 그래서 더 쉽고 정확한 말이 필요했고, 그 훈련이 지금의 기록 습관으로 이어졌습니다. 이 공간을 한국어와 함께 영어, 중국어, 일본어로 열어 둔 이유도 같습니다.

침이 몸에 닿는 순간과 문장이 독자에게 닿는 순간은, 제게 비슷한 긴장감을 줍니다. 너무 깊어도, 너무 얕아도 안 됩니다. 과도한 수사도, 불충분한 안정도 독이 됩니다. 적당한 깊이와 방향, 그리고 상대가 받을 수 있는 속도. 그 감각을 지키려 합니다.

앞으로의 진료 공간에서도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. 침은 몸에, 문장은 일상에, 그림은 이해에 닿도록. 세 가지가 서로 다른 일이 아니라 하나의 돌봄으로 읽히길 바랍니다.